본문 바로가기

시사정치

[시사] 카카오톡 누가 만들었을까?


카카오톡 이제범 의장



"우리나라 같은 대기업주의 구조에서는 '혁신'이라 불릴 만한 기업이 없다. 있다면 카카오톡이 유일하다."

<거의 모든 IT의 역사>의 저자, 정지훈 박사의 말입니다. 뭐 '카카오톡 가입자가 2천만이 넘었다, 하루 메시지가 2억 개다.' 하는 등의 기록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하지요. 100만 명이 사용하면 대박이지만 1000만 명이 사용하면 문화가 된다는 말, 카카오톡을 두고 하는 말 같습니다.




이 '국민 앱'에 대한 유저들의 애착은 상당히 강합니다. 대기업에서 내놓은 다른 앱들이 대규모 광고를 시작하자, 유저들 사이에선 '돈으로 승부하는 대기업으로부터 카톡을 지켜내자!' 같은 충성심이 형성됐었죠. 같은 상품이면 대기업 제품을 선호하던 하드웨어 시장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이쯤되면 제품에 대한 인식구조를 바꿨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사람바이러스는 이런 부분에서 카톡의 매력을 느낍니다. 전에 없던 무언가를 창조하고,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낸 혁신 기업 카카오! 그럼 이 카톡을 만들어낸 장본인은 누굴까요?




카카오톡의 이제범 대표



바로 이분! 이제범 대표입니다. 초창기에는 물질적 투자를 했던 김범수 이사장의 이름이 많이 알려졌으나, 실질적인 개발자는 바로 이제범 대표. 모든 개발자들의 롤모델이 된 그가 어떻게 카톡을 만들어 냈는지 속속들이 알아보겠습니다.



 1. 구글, 페이스북만이 가진 독특한 기업 문화, 카톡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무슨 말인지 아실 겁니다. 한국과 일본은 관료화되고 경직된 기업문화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보스의 말은 절대적이고, 상사와의 커뮤니케이션도 일방적이지요. 하지만 21세기 들어, 이런 경직된 체계가 창의성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최근 글로벌 기업들은 이와 180도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구글 코리아의 사무실


구글이 대표적이죠, 놀이동산을 방불케 하는 시설과 직원 마음대로 출퇴근 시간과 업무 장소를 정하는 개방적인 시스템은 많은 기업인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입니다.

카카오도 그만의 개방적인 기업 문화가 있습니다. 바로 '직급'이 없다는 것인데, 아무도 이제범 대표를 '대표님'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이니셜 'JB'라고 부르지요. 이런 수평적 관계를 지향하면 더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카카오톡은 ‘충돌’을 중시합니다. 자유로운 논쟁의 과정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것이죠. 하지만 한국 문화에서 '대표님'이란 단어를 쓰면서 '이건 아니잖아요' 말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이니셜을 부르는 기업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고. 



 2. 쪽박차던 개발자?



보통 성공한 창업자들의 이력을 보면 과거에도 화려한 컨텐츠를 개발한 전적이 있지만, 이제범 대표는 그렇지 않습니다. 소위 쪽박만 차던 개발자였죠.

대학 졸업 후 차린 창업 회사의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당시에 PC를 기반으로 기업 대상의 솔루션 사업을 벌였는데, 시장은 이미 대형 업체들에게 선점된 뒤였습니다. 이럴 시장에선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먹히질 않거든요. 그런 식으로 3년간의 인고의 세월을 보내던 찰나에, 서울대 산업공학과 선배였던 김범수 의장에게서 연락이 옵니다.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과 이제범 사장

당시 김범수 의장은 NHN의 대표였습니다. 과거 '한게임'을 창업한 벤처인이고 국내 최대포털 네이버를 키워낸 화려한 사업가였지요. 하지만 네이버가 안정 궤도에 접어들자 업무는 오늘 내일이 똑같아졌고, 이는 김범수 의장을 따분하게 만들었습니다. 다른 경영진과의 파워게임에서 밀렸다고도 본 시각이 많았지만, 어쨌든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 위해 그는 회사를 박차고 나옵니다.

초기 카카오의 이름은 '아이위랩'이었는데, 직원은 김범수, 이제범과 개발자 1명, 업무직 1명으로 총 4명에 불과했습니다. 시행착오도 많았지요. 아이디어를 내고 개발하면 어느덧 타이밍을 놓쳐 시장에 내놓지 못하기를 반복했습니다. 결국에 시간의 중요성을 느끼고 '4-2법칙'을 세웁니다. '4명이서 2달 만에 만들자!' 라는 뜻이었죠. 



 3. 모바일 시장의 니즈는 '소통'이다.



스마트폰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을까요? 언뜻 손 안에 든 PC로 생각하기 쉬워, PC의 특성을 그대로 이전할 수도 있겠습니다. 정보기라는는 PC의 성격을 차용해서 말이죠. 하지만 창업 실패에서 깨달은 이제범 대표는 다르게 생각했습니다. PC에서 소비자의 니즈가 '정보'였다면, 모바일은 '소통'이라고.

이제범 대표는 '무료 메시지 앱을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아이디어를 두고 회의를 하면서 무료 음성통화 등 여러 플랫폼 계획이 나왔지만, 다른 기능 다 빼고 오직 '문자 서비스'에만 초점을 두기로 합니다. 



 4. 오픈하자마자 대박이!







카카오톡을 출시하자마자 그래프는 '너무 아름다운 모습'을 그렸습니다. 성장세는 초장부터 쭉쭉 차올랐죠. 이제범 대표는 그때 '배팅'해야겠다는 마음을 굳혔습니다. 근데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1년이 지나고 보니, 초기의 성장세는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더 폭발적인 성장! 2011년 8월 현재, 카카오톡의 가입자 수는 2천만 명이 넘었고, 하루 2억 개의 메시지가 날아다닙니다!



 5. 카카오톡이 기대되는 이유







카카오톡이 국민앱이 된 이유는 크게 두가지라고 이제범 대표는 말합니다. 첫째는 단지 '타이밍'이 좋았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무료'와'그룹채팅'같은 차별화 전략 때문이라고. 두번째 이유는 동시 출발했던 왓츠앱과 앰엔톡을 물리친 이유가 되겠군요.

카톡이 안정권에 접어들고 최근 몇달 사이, 유료화가 된다느니, 잡스의 정책으로 기프티쇼 적자 위기에 처한다느니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대박을 친 서비스이긴 하나 아직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에 주위에서 더 수익창출에 대한 기대가 많은 듯 합니다.

하지만 이제범 대표는 '누가 더 빨리 돈을 버느냐 보다, 누가 더 확고한 플랫폼을 만드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페이스북도 수익창출 구조를 급하게 적용시키지는 않았다는 예를 들면서, 생태계를 구축해놓으면 그 이후 수익 모델은 무궁무진해진다고 주장합니다. 잡스에게서도 트위터 창업자 에반 윌리엄스에게서도 들었던 좋은 말이네요. 



 6. 하지만, 제 2의 카카오톡이 나오기 힘들다?






구글의 직원들이 이직을 하는 TOP 10의 회사들을 보면 페이스북, 징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 회사들이 많습니다. 재밌는 것은 10년 전에 이 회사들은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것이죠. 그만큼 21세기의 패러다임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쯤에서 우리나라는 뭘하고 있을까요?

플랫폼을 구축하고 제품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상황은 그리 좋지 못합니다. 여전히 카피문화가 존재하기 때문이죠. 특히 대기업 위주의 시장 때문에 혁신 자체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단기간 수익에만 의존하는 기업 문화 때문에 빨리 수익모델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해도 바로 수익이 나지 않으면 사장되기 일쑤입니다. 안철수 교수가 누누히 말하는 '실패를 장려하는 사회', 즉 미국의 실리콘밸리과 같은 시스템이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카카오톡도 김범수 의장이 100억원의 초기 투자를 해줬기 때문에 지금의 카카오톡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카톡이 성공하자, 대기업들이 줄줄히 유사 서비스를 내놓은 것을 보면 우리사회 카피문화의 여전함도 알 수 있겠지요. 과거 마이크로소프트의 하향세의 예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기업이 경직되면 혁신은 더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 기업도 이제 이런 분위기를 슬슬 깨닫고 있다고 하니 기대해보자고.. 정지훈 박사가 말했지만, 학벌사회, 지나친 스펙위주의 취업 등 총체적 난관이라 할 정도로 걸림돌이 많아 단기간에 해결은 어려울 듯 합니다.

여튼 이런 난관 속에 카톡이 단순 무료 메시지 앱을 넘어서 세계적인 SNS서비스로 발돋움하는 것. 우리의 IT시장을 변화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기대합니다.